predaily

predaily.egloos.com

포토로그

 


낮추기에 급급한 ‘반값 등록금’…해법은? by predaily

반값등록금 논란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한나라당 신임 황우여 원내대표가 민심수습책으로 덜컥 내놓은 ‘반값 등록금’은 잊혔던 현 정권의 선거공약을 되살리게 했고 불씨는 대학가로 옮겨가 수만 명의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한복판으로 나섰다. 이들은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는 날까지 매주 금요일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위만이 능사는 아니다. 당장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에서 지출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 위해’ 정부 여당 총 2조원 내년 투입

반값등록금에 대한 국민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와 여당은 23일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 국가재정과 대학 부담금 등을 포함해 총 2조 원을 내년에 투입하기로 한 방침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종합대책은 대학등록금 지원을 위해 총 2조원(재정 1조 5천억 원, 대학 부담금 5천억 원)을 내년에 추가 투입하는 내용이다.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의 핵심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에 걸쳐 연간 등록금 부담을 현재보다 30%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의 경우 15% 이상 낮추고, 내후년에는 24%로 더 떨어뜨린 뒤 2014년에는 30% 이상까지 끌어내린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올해 등록금 부담이 700만원이라면 내년에는 595만원, 내후년에는 532만원, 그 이듬해에는 490만원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향후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에 한해 재정 1조 2천억 원을 투입하여 고지서상의 등록금(명목 등록금)을 10% 낮추는 지원방안이 포함됐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소득하위 20%에 대해 등록금 부담의 80%를 대학과 정부가 함께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와 여당의 이 같은 종합대책은 등록금액을 순차적으로 낮춰 서민가계 부담을 덜게 하겠다는 황우여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신임 원내지도부의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문제가 됐던 재원조달을 위해서는 국가재정 1조 5천억 원과 대학 부담금 5천억 원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등록금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등록금 지원방안, 생색내기 불과”

여당의 이 같은 대책발표에 시민단체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이 내놓은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은 ‘반값 등록금’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최초에 밝긴 내용보다도 후퇴했다는 것이다.

전국 등록금 네트워크(등록금넷)은 한 해 전체 대학등록금 총액이 14조 4천억 원 중에서 현재 지원되고 있는 장학금 3조원을 빼고 계산하더라도 5조 7천억 원이 필요한데 1조 5천억 원만 증액하겠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등록금과 과중한 고등교육비 고통을 해결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명목 등록금 10%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장학금 확충 재원 또한 이미 지난해 정기국회 날치기로 폐지했던 차상위 계층 장학금과 기타 대학 교육관련 예산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학생·시민단체 역시 정부와 여당이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낙인찍어 현실을 호도하고 있으며, 1조 5천억 원의 재정을 투입, 등록금을 10% 인하하겠다는 것은 ‘우는 아이에게 과자 하나 준다’는 치졸한 발상이라고 폄하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학에 대한 비판의 날도 세웠다. 지난 20년간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거의 공적 통제를 받지 않는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사학재단이 학생과 학부모의 희생을 바탕으로 수백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요구했지만 이에 한참 못 미치는 대책을 내놨다는 게 이들 단체의 공통된 주장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불거진 심각한 사회문제
 
현재의 반값 등록금 논란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활의 문제이며 이것은 또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2010년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연평균 등록금은 국립이 444만원, 사립이 754만원으로 국민소득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OECD 국가들의 일반적인 등록금부담률이 소득 대비 10분의 1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부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소득 하위 10% 가구의 경우 연간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은 97.9%에 달한다.

소득을 떠나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는 등록금으로 수많은 대학생과 학부모가 고통받고 있으며 생활고와 취업난으로 자살하는 대학생이 매년 300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는 또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점점 높아져만 가는 청년실업률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2%로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4년제 정규대학을 나와도 취업률은 50% 수준이다. 나머지 절반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오랜 시간을 청년백수로 젊음을 허비해야한다.

더 이상 대학졸업장이 좋은 직업과 더 나은 대우를 받는데 큰 프리미엄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면 사람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풍조가 82%의 대학진학률을 만들어냈지만 넘쳐나는 대졸자들로 인해 비싼 학비를 내고 받은 졸업장의 가치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에만 의존해 운영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사립대학)이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사학재단에 쌓아놓은 적립금은 사수하려는 이기주의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7조원에 달하지만 이 돈의 46%는 건축 용도이고 학생을 위한 장학 적립금은 8.6%에 불과하다. 2010년에는 사립대 138개 학교법인 중 65%가 넘는 90곳에서 설립자의 배우자나 친인척이 이사장, 총장, 이사 등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다시 부실 사학비리와 부실 사립대학으로 이어진다.
 

‘반값 등록금’ 정쟁·갈등 프레임 벗어나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서는 대학의 재무상태, 재원조달 가능성과 방식, 국민적 공감대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큰 틀에서의 교육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대학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 형성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부실 사립대학과 사학재단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국민 세금으로 반값 등록금을 만들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대책이 필요하다. 반값 등록금은 정쟁이나 촛불시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등록금 논쟁은 포퓰리즘적 성격과 이를 정부·여당을 결박하기 위한 도구로 선택해 당장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당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등록금을 놓고 여야가 주도권 싸움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의 선거에 대비해 ‘반값 등록금’을 정쟁의 틀로 끌고가 ‘등록금 부담 완화’ 로 슬그머니 말을 바꾸거나 정책 마련보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부추겨 거리로 내모는 것은 ‘미친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분노만 키울 뿐이다.

등록금 인하에 공감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이 납득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단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한 것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핀란드의 성공 비결을 교육개혁에서 꼽는다. 대한민국 역시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통해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핀란드가 교육개혁을 통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정권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교육개혁의 수장은 무려 20년간이나 교체되지 않고 지속적인 교육제도의 토대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의 평균 수명이 1년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교육정책은 백년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현아 기자   hyun@predaily.com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눈, 프리데일리(www.predaily.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