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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데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데이트 폭력’ by predaily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대사 중에 “나랑 사랑할래, 죽을래?”라며 소지섭이 임수정에게 프로포즈한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 내용처럼 여자친구를 차에 태우고 “사랑 아니면 같이 죽자”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울지도 모른다.

지난 19일 트로트 걸그룹 ‘아이리스’의 멤버로 활동했던 이은미(24)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했다. 이은미의 이별 통보에 남자친구는 격분한 나머지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잔인하게 살해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 연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3층 빌라에서 추락한 20대 여성이 열흘째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남녀가 만나 연인이 되면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다. 사랑을 더욱 돈독히 키워가는 과정 속에 데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분명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서 육체적인 아픔이 수반된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설사 본인이 그렇게 느끼지 못할지라도 그건 잘못된 것이며, 매 맞으며 고통스러운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고통스러움 또한 사랑이라는 굴레 속에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데이트 폭력’은 남녀의 데이트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신체적·성적 폭력을 말하며, 그 폭력의 형태는 다양하다. 고함을 치고, 욕을 하고, 집요하게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오고, 물건을 부숴 위협을 하고, 성관계(임신, 낙태, 동거 등) 사실을 주위에 알리겠다고 위협한다.

데이트 폭력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일방적인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강요한다. 스킨십이란 사랑하는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신체접촉으로 공감하고 감정에 대한 표현이다. 그러나 스킨십이 한쪽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라면 폭력으로 간주할 수 있고, 성관계도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행해지는 것은 성관계가 아닌 성폭력이다.

연인 사이의 경우 이것이 범죄라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느끼기에 ‘강제성’을 띠는 관계라면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피해자라고 인식해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를 해도 경찰은 연인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합의를 종용하거나 훈방 조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두 번째,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간섭한다. 심한 사람은 연인에게 자신의 하루 일과를 자세하게 반강제적으로 보고해야하며 심지어는 집착 증세까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업무 등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끝없이 의심하고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점점 대인관계의 폭이 좁아지며 사생활도 없어져 심하면 대인기피증에 이르기도 한다.

세 번째,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은 물론 상대방을 심하게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말로 연인에게 언어폭력을 가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열등감에 쌓여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고, 특정한 행동이 없었음에도 혼자 상상하고 상대방을 괴롭히는 형태로 발현한다. 언어폭력은 후에 신체적 폭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네 번째,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 처음에는 말다툼 중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부수는 등 사소한 형태로 나타난다. 또 자신의 신체에 자해하기도 한다. 이런 성향은 금방 물건에서 사람으로 폭력이 옮겨 가기 쉽고 한번 시작되면 가장 심각하고 자주 일어나는 폭력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대부분 술을 마신상태에서 폭력을 자행한다. 술이 깬 뒤에는 “내 정신이 아니었다”, “손을 잘라야겠다”, “다신 안그러겠다”는 등 고조단계(간섭 등 연인관계 고조)→폭력 단계(직접적인 폭력)→화해단계(용서)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데이트 폭력일 경우 더 심한 폭행, 협박 등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령 용기를 내 신고를 하더라도 연인관계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답변 내지는 합의와 훈방 등의 경미한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신체적 폭력이 발생했다고 해도 데이트하는 ‘관계’였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는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고 그저 애정싸움 정도로 치부한다. 집착이 넘어서 스토킹이 자행될 경우 눈에 보이는 물리적 폭력이 없는 상황에 ‘처벌’은 고사하고 ‘보호’를 기대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폭력에 시달려, 협박에 두려워 연인에게 이별통보 조차 무서운 피해자들.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길이 없기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사를 한다. 또 연락처를 바꾸거나 가해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과 관계를 단절하는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위축된 삶을 살게 된다.

데이트라는 핑크빛 둘레에 가려진 어두운 폭력의 그림자를 근절해야 하며, 법적으로도 접근금지명령 등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민성 기자   ems@pr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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